주식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면 이제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의 이론에 따르면 당신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아무 종목이나 고르면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어떤 종목을 고르든 당신의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얘기의 근거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각각의 주식은 모든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고 어떤 주식을 사든 다른 주식과 비교해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이 다르지 않다는 뜻을 의미한다. 즉 간단하게 요약하면 어떤 주식을 사든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요동치는데 어떻게 모든 주식의 기대수익이 같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 주가의 요동은 확률적 분포일 뿐이라는 것이다. 1에서 6의 숫자가 적혀있는 주사위를 던졌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기댓값은 3.5지만 각각의 주사위 분포는 1~6까지 무작위로 나온다. 주가의 변동성도 이렇게 확률적인 무작위로 변하는 것이며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가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대결이다. 펀드매니저라면 당연히 원숭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주식 관련 지식과 뛰어난 판단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펀드매니저들은 단지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고르는 종목을 이기지 못했다.
실제 이 이론의 옳음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거리가 있다. 그러나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대결에서 보았듯이 시장이 상당 부분 효율적이다라는 점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을 이길 수 없고 광범위한 주식 분산으로 위험을 낮추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존 보글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이다. 개별 주식을 고르는 노력은 대부분에겐 의미가 없으니 비체계적 위험(개별 종목 위험)은 분산투자로 최대한 제거하고 체계적 위험(시장 위험)만 남겨놓고 기업이 벌어주는 이득을 그대로 주주된 권리로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데이터를 연구한 끝에 미국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주주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주식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수없이 요동치고 이러한 움직임을 본다면 과연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일치한다. 보글이 광범위하게 미국 기업들과 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주가는 단기적으론 투기적인 요소에 의해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의 이익에 기반해서 배당수익+주가의 상승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글은 바보같은 펀드를 만든다는 세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S&P500 지수를 따르며 운용비용이 매우 저렴한 인덱스 펀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펀드들이 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많은 지식을 가진 전문적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가 단지 주식 시장에서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지금은 ETF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으로 누구나 손쉽게 인덱스 펀드를 매수할 수 있다.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고 투자자는 단지 비용이 적고 세금혜택이 좋은 펀드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버핏 또한 S&P500 인덱스펀드를 매수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낫다고 하였다. 물론 여전히 시장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일 때 펀드를 매수하는 것은 분명히 위험이 존재한다.
단지 주식시장에 인덱스 펀드로 분산투자를 해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평균적으로 연 10%의 수익을 지금까지 가져다 주었다. 연간 10%의 수익은 사실 엄청난 수익이다. 20년이 약간 넘는 기간이면 1억이 10억이 되는 돈이다. 20년전 1억을 가진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10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만약에 본인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개별주를 분석할 생각이 없으면 주식 투자에 대한 공부는 여기서 끝내도 된다. 당신은 단지 매월 일정금액을 인덱스 펀드에 적립하는 것 만으로도 다른 대부분의 자산관리 방법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주를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인덱스 펀드보다 반드시 높은 수익을 거둬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시간을 써가며
개별주를 직접 투자하는 사람은 위의 효율적 시장 가설이 틀렸다는 가정 하에 시장의 비효율성을 찾아야 한다. 버핏의 얘기론 이런 개별주 투자가 가능한 사람은 1% 미만이라고 한다. 버핏이 10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사람들을 보고 느낀 경험으로 1% 미만만이 개별주 투자가 가능한 기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아이러니는 개별주 투자를 충분히 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 그냥 인덱스 ETF를 매수하고, 개별주 투자를 할 지식이 전혀 없어 인덱스 펀드를 해야 할 사람들이 개별주를 한다는 것이다.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뛰어 넘을만한 자질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반드시 고민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