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술은 익숙하다. 성인이 된 이후 소속되는 집단마다 이런저런 술자리가 끊이지 않으며 어느 정도 술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원활한 사회생활에 필요하다며 권장되기도 한다. 또한 하루의 피곤함과 오늘 받은 스트레스를 술 한잔으로 풀고 털어버리는 직장인들 또한 많다. 술에 관대한 사회이기도 한 만큼 이런 음주 문화와 습관에 대해 많은 사람이 너그럽게 넘어간다.
보통 사람들이 술이 나쁘다고 생각할 때는 건강이 악화되었을 경우거나, 술에 취한 상태로 한 행동으로 인해 가정 직장 등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야 사람들이 술을 그냥 ‘조금 줄여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줄일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이런 문제들을 그냥 술을 조금 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가지지 않고 굳이 필사적으로 끊겠다는 생각 또한 하지 않는다. 그냥 문제가 생기면 조금 덜 먹으면 되잖아?
물론 술로 인해 생기는 건강 악화나 인간관계에서의 문제 또한 분명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들이 아니다. 그럼 왜 술을 끊어야, 한 잔도 마시지 말아야 할까?
각자의 구체적인 삶의 목표는 우리 지구의 인간의 숫자 만큼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목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로 귀결된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술은 바로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킨다.
행복하기 삶을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까? 사회적인 성공? 많은 돈? 좋은 집? 물론 당연하게도 이런 요소들도 우리들의 행복감을 증진한다. 문제는 일시적이라는 거다. 실제로 좋은 집으로 이사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3개월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역시나 이 또한 일시적이며 우리는 이미 가진 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돈을 욕심내다 파멸한 사람들의 얘기를 수시로 듣는다.
많은 연구가가 행복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요소는 작은 즐거움이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계속해서 삶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가벼운 산책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 깨끗한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즐기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 또한 그들을 기쁘게 하고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 삶은 풍요로워지고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술은 이러한 작은 행복을 빼았는다. 술은 마약성 약물이다. 관습적으로 인간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었기에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것일 뿐 그 효과와 기전이 마약과 동일하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명백히 마약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술은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고 평소보다 높은 도파민 수치로 인해 우리들의 몸은 도파민 수용체를 파괴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도파민은 행복과 의욕 호르몬이다. 이렇게 도파민 수용체가 파괴되면 우리의 뇌는 더 이상 사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변하게 된다.
이렇게 도파민 수용체가 파괴돼 버리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 달성하고 싶다는 목표도 의욕도 사라져버린다.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무언가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느끼지 못한다. 다른 누군가에게 거는 대화는 그저 거슬리는 부분에 대한 잔소리와 불평불만이 대부분이 되며 인간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수용체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행복감을 느끼려면 술을 더 많이 마셔야 된다. 도파민 수용체는 더 많이 파괴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일상생활은 그저 지루할 뿐이고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게 된다. 주식, 코인, 도박 등 자극적인 것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고 이런 것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자극이 아니면 그저 삶이 지루해지고 허무해지게 되어 계속 술만 찾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우리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이제야 알 수 있다. 하루를 마치고 나서 하는 한잔은 그날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인 게 아니라 그날 하루의 불행의 대가인 것이다. 술을 마실 때 일시적인 행복감의 대가로 우리는 작은 행복, 즉 행복한 삶에 필요한 요소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 하나는 정확하게 안다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 하나뿐인, 한번 뿐인 내 삶의 행복을 위해서다. 건강과 좋은 인간관계는 덤이다. 하루 한 두잔의 술이 건강에 좋다는 기존의 연구가 있었지만, 이 연구는 잘못된 연구로 밝혀졌다. 단 한 잔의 술도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니 반드시 술을 끊자.